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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아, 개학날이었구나동네거리가 등교하는 중고생들로 분주하다남자녀석들은 의례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얘랑 같은 반 안 됐다며 긴장한 표정들여자애들은 나름 멋을 낸 메이크업에 검정 백팩을 메고 줄줄이 팔짱끼고 걸음 어제는 장례에 다녀왔다이제 막 펼쳐진 부의록에 첫번째로 이름을 적었다아주 긴 인연으로 맺어진 사랑하는 분들의 어머니각자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렇게 만나게 된다새학기를 맞는 설레임은 이제 우리에게 없지만하나님이 예비하신 영원한 새날을 고대하며 또 살아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5.03.05

작별하지 않는다

소재가 작가를 택한다는 것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책의 뒷표지에 나와 있는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평하고 있다.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노벨상 수상에 앞서 만난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있기 한 달 전. 독일에 다녀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게 되었다. 출국하기 전에 어떤 책을 하나 읽어볼까 하다가 공항서점에서 집어들었었다. 독일에 가 있는 동안은 너무 바빠서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서야 꺼내들었다. 비행기에서 책을 본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

카테고리 없음 2024.11.29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묘하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피아니스트 백혜선. 지금은 임윤찬과 조성진의 시대이지만 백혜선의 시대가 있었다. 사실 누구누구의 시대 이런 표현 자체가 백혜선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어떤 연주자들도 자신의 이름을 붙인 '누구의 시대'라는 말에는 손사래를 칠 것이다. 어릴 적 교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유일한 김동민 형. 지금은 미국에서 NYCP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지휘자로 10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마에스트로. NYCP와 백혜선 선생님은 몇 차례 연주를 같이 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둘째 지웅이와 모넬로 트리오로 뭉쳐진 피아니스트 홍석영. 석영이는 지금 미국에서 백혜선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 이 글의 표지 사진은 몇 달 전 백혜선 선생..

카테고리 없음 2023.03.18

세상의 마지막 밤

순전한 기독교의 친절한 버전 기독교인으로서 고백하자면 나는 성경책보다도 성경에 관한 책, 기독교에 대한 책을 훨씬 많이 읽었다. 이게 그다지 바람직하고 볼 수는 없는데 어쨌건 그랬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들은 필립얀시, 제임스패커, 도널드 밀러, 존스토트 등 그 밖에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C.S 루이스는 특별하다. 그는 널리 알려진 대로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임과 동시에 위대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도 C.S 루이스의 작품이다. 을 톨킨도 C.S 루이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둘은 친구였다고 한다.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세계관'을 논할 때 이 두 작품보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며 광대한 세계관을 보여준 창작물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그는 기독교에 관한 여러 명저를 ..

카테고리 없음 2023.03.12

쇼펜하우어 문장론

챗GPT 시대의 글쓰기 요즘 챗GPT 가 화제다. 나도 한 번 해 봤는데 사실 위주의 정보 요약은 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도 쓴다길래 '밤에 대한 시를 써 봐'라고 했더니 바로 20 줄의 시를 써버린다. 얕은 수준이긴 했지만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는 인공지능이 특정한 사람의 문체까지 습득하여 마치 그 사람이 쓴 것과 같은 글을 쓰게 될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타일은 흉내 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의 생각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이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인공지능에게 글쓰기를 맡겨버린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 스스로 사색하는 사람 쇼펜하우어가 챗GPT로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면 뭐라고 했을까? 그건 이 책 을..

카테고리 없음 2023.03.07

wild 와일드

10 년을 기다려 찾아온 책 한 10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평을 읽다가 어떤 멋진 구절이 있길래 그 이미지와 함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그 구절은 글의 말미에 적어보려고 한다. 올해 1월 초에 회사를 옮기기도 했고 또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겹쳐서 이모저모로 힘든 2 주 전이었다. 교회에서 식사하고 책장을 둘러보는데 저 아래쪽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와일드. 기억 속에서 잊혔던 이 책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자리에 있었다. 500 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었는데 주저함 없이 집어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주 중에 밤 10시 넘어 집에 와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나와 주인공을 동일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와일드는 곧 광야길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 역시 ..

카테고리 없음 2023.03.04

재즈처럼 하나님은

공식이 아닌 신앙을 찾아서 나의 20,30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나는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특별한 굴곡없이 교회에 잘 다니고 착하게 살았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신앙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게 사영리 책자 몇 장으로 끝낼만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늘 품고 살았던 것 같다. 믿으면 구원받고 복 받고 천국 간다. 끝. 그럼 대체 인생에서 닥쳐오는 고난과 갈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극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선한 사람은 고통받고 나쁜 자들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하나님은 왜 그냥 두시는 걸까? 등등.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재즈와 하나님이라. 하나님과 ..

카테고리 없음 2023.02.02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가도 직업인이다 이 책 역시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있었다. 나는 이 책을 다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펴보니 다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라키미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었던 편은 아닌데 그의 문체는 어떤 심상으로 남아있다. 뭐랄까, 쿨하고 혹은 차갑고, 간결하고 슬픔을 담고 있는 특유의 스타일.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 에세이다. 그가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는 어떤 자세로 '일'하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다. 소설가도 이렇게 일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2015년 출간되었을 때 화제를 많이 불러일으켰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당시 밑줄 치면서 읽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여러 챕터 중..

카테고리 없음 2023.01.19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물결에 반사되는 햇살처럼 빛나는 사유의 힘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롱블랙의 김난도 교수 인터뷰, '기획자 김난도 : 14년 간 트렌드를 예측했다, 그가 말하는 축적의 힘' 에서였다. 인터뷰 글이 괜찮아서 한 번 옮겨 본다. 사실 나는 평론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창작물을 읽으면 읽었지 다른 사람의 해석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맥락을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나 또한 맥락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의 책 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사서 읽어봤다. 과연 그랬다. 맥락도 맥락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빛이 났다. 마치 겨울 호수의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처럼 말이다. 사유는 치열하고 치밀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3.01.15

디퍼런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명저 문득 서재에 꽂혀있는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봤던 얇은(?) 마케팅 서적들에 비해 꽤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책. 이 책이 나온 지도 12년이 되어 간다. 2010년 출간 당시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인 문영미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첫 한국인 종신교수이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이 책을 다시 보니 옮긴 이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영어로 먼저 출간되었었나 보다. 책 뒷 면을 보니 와튼스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극찬이 쏟아진다. 확실히 이런 명저들은 트렌드에 맞춰서 나오는 마케팅 책들에 비해 깊이가 다르다. 다른 책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담론을 얘기하는 책들은 따로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9